Personal Utopia (series) ver.2, Digital print on Fabric on framed canvas, 2021
JaeYoung’s Matterhorn, 155x110cm
마터호른
홍재영
‘마물’, 어쩌면 마터호른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일 것이다. 마터호른은 세계 3대 미봉(美峯)중 하나임과 동시에 여태까지 500여명 이상의 목숨을 가져갔다. 이미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사람들은 왜 마터호른에 도전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섣불리 다가들려고 하는 자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매서움과 동시에, 발을 들여놓으면, 다시는 되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 마물에게 홀려있다. 과거 스위스 여행을 했을 때, 슈텔리제 호수(Stellisee Lake)에 트래킹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호수 건너편에 봤던 마터호른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슈텔리제를 거닐면서 생각했다, ‘언젠가 마터호른 정상으로 가보고 싶다’고. 그때 본 마터호른은 그 어떤 산과 비교가 안될정도로 아름다웠고, 고귀했다. 그래서일까, 항상 상상해왔다. 상상속의 나는 500여명 이상이 죽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등반 과정에서 상상도 못한 괴로움과 견딜 수 없는 혹독함이 있음을 예상했음에도, 무언가 있다는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오히려 시련 뒤에 있을 고귀함에 도달하기위해 포기하지않고 등반했다. 혹독함과 가혹함, 그것을 극복해야만 맛볼 수 있는 기쁨. 사람은 시련없이는 기쁨을 얻을 수 없고, 기쁨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있기에, 시련을 견딜 수 있다. 혹독함과 가혹함이 있는 시련을 견뎌내고나면, 어떠한 기대도 저버리지 않는 감동이 있다. 정상에는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지극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려움과 절망과 슬픔을 끌어안고 행복으로 승화시켜주는 감동이 있었다. 내게 마터호른을 짧게 정의하자면, ‘시련’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위대한 ‘달성감’ 그 자체이다. 마터호른을 최초 등반한 에드워드 윔퍼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높은 이상을 품고, 아무리 큰 기대를 안고 올랐다 해도, 결코 실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